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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추어탕이다.
추어탕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경상도식으로 맑고 깔끔한 추어탕이 있고, 남원식으로 되직하고 꾸덕한 추어탕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꾸덕하고 들깨가루가 팍팍 들어간 추어탕을 좋아한다. 추어탕의 농도는 미꾸라지 삶은 물의 농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나 마트에 가나 생미꾸라지는 얼마하지 않는데 미꾸라지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느낌도 나지않는 추어탕이 미꾸라지 1키로 값만큼이나 나가는걸 보고 있자면 두눈 꼭 감고 미꾸라지를 삶을 수 밖에 없다.
옛날엔 시가에서 며느리 시집살이 시킨다고 미끌거리고 징그러운 미꾸라지를 잡아다 추어탕을 끓이라고 했다더라. 장어국을 끓일땐 이미 손질이 된 장어를 삶는거라 괜찮았는데, 미꾸라지는 살아있을 때 손질하고 삶아야 기생충이 안생긴다던가... 즉, 팔딱거리며 거품을 내뿜는 그것들을 소금을 치고 씻고 삶아서 갈아야해서 영 고역이었다.
오늘은 전에 미꾸라지를 삶고 갈아서 얼려두었던 육수에 시래기를 넣어 푹 삶은 추어탕을 끓여본다. 이게 마지막 한 봉지라 이번에 다 먹으면 미꾸라지를 어디서 살지 고민이다.
추어탕 재료는 육수, 시래기, 홍고추, 청양고추, 다진마늘, 대파, 고춧가루, 된장, 국간장, 들기름이다.
시래기 대신 우거지를 삶아서 넣기도하고 토란대도 같이 넣기도 하는데, 무언가를 또 삶기엔 날은 너무 덥다. 또, 여기에 느타리 버섯이나 부추를 넣기도 하는데 마트 장을 보러 나가자니 그것도 날이 덥다. 그냥 있는걸로 끓여보자.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쫑쫑 썰고 대파를 제외한 각종 양념을 넣어 한번 조물락 조물락 무쳐준다. 들기름을 조금 넣어주면 시래기에 간이 잘 든다. 우리 남편이 간이 세고 짠 국물을 좋아해서 마늘과 된장이 듬뿍 들어갔는데, 이렇게 하면 간이 너무 세다. 적당히 줄이는것이 좋다. 오래 끓이기 때문에 국물이 졸아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는 거의 강된장이 될 뻔 했다.
조물조물 양념된 시래기는 이대로 두고 간이 베도록 한동안 둔다. 청양고추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비벼댄 손에서 고추 냄새가 매콤하게 난다.
녹여둔 미꾸라지 육수에 양념해둔 시래기를 넣고 푹 끓인다.
보글보글 한참을 끓이며 옆에서 대패삼겹살로 간장볶음을 후루룩하면 시간이 얼추 맞다. 이때까지만해도 이 정도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완성되고나니 국물이 너무 졸아들어서 간된장이 될 뻔 했다. 물은 끓어오르는 상황을 보고 적당히 조절하면 된다.
갓 지은 밥에 추어탕과 대패삼겹살볶음으로 한끼 저녁을 해결한다. 추어탕에는 들깨를 팍팍 넣고 산초가루도 조금 넣어주면 밖에서 먹는 식당 부럽지 않은 보양식이 된다. 아 역시 부추가 있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용인 근처에서 추어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돌솥밥에 추어탕을 조금 넣어 죽인듯 누룽지인듯 먹은 기억이 있다. 그때 참 맛있었는데 이 동네엔 그런 추어탕집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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